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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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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어요?” 해빈을 올려다보던 여자는 씁쓸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리곤 고개를 떨구더니 나른하게 말을 이었다. “여자는요. 겨울에 술 취해서 길거리에 엎어져도 얼어 죽지를 않는대요. 왜인지 알아요?” “왜요?” “남자들이 업어가니까. 그런데 나는요, 얼어 죽을 것 같아. 스무 살에 약혼해서 6년이나 옆에 있었는데…… 나는 아직 첫 키스도 못했거든요. 그런데 그 여자는 그동안에 매번 그 품에 안겼대요. 나한테는 없는 매력이 그 여자한테는 있는 걸까요? 나도 두근거릴 수 있고…… 나도 떨릴 수 있고…… 나도, 나도 여자일 수 있는데…….” 흐느낌 없는 담백한 음성이었지만 손등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은 옆으로 흘러 가운을 적시기 시작했다. “여자일 수 없어서 죽고 싶은 마음, 모르죠? 그 정도 지위와 배경을 가진 남자들은 한번쯤 그럴 수 있다고 날 설득하려고 하는 부모님 앞에서 막막해지는 마음, 절대 모를 거야.” 해빈은 말문이 막혔다. 도대체 어떤 정신 나간 남자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자를 약혼녀로 두고서도 다른 여자를 안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딸을 가진 부모가 그런 남자를 용서하라고 설득한다? 다른 의미로 본다면 이 여자는 최해빈 못지않게 처절하고 비참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난……여자이고 싶어요. 그런데 더 이상은 그……사람한테 여자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날, 여자로 만들어 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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